서울에서 진안으로 내려가는 길, 휴게소에서 보이는 마이산의 모양이 시선을 끈다.
진안에서 내려 다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버스를 타고 들어간 공기 맑은 동네,
진안군 백운면 백암리 원촌마을. 눈은 한번 내리면 폭설이 쏟아지고, 그렇게 쌓인 눈은 겨울내내 원촌을 하얀나라로 만들어 놓는다.
햇볕 바른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른들 빼고는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 좁은 대합실안에는 남자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신다. 버스 정거장은 겨울동안 동네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는것 같다.
마을은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과 백운동계곡이 가까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마을로 사방은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다. 원래 이 백운면은 오일장이 서는 시골의 상업중심지였다고한다.
장이 서는 날이면 넓은 들판은 온갖 물건과 사람들로 북적였을 터이다.
지금은 눈이 쌓이는 계절이 아니어도 넓은 들과 산을 몇 남지 않은 옛집들이 지키고 있는 한적한 촌이 되었다.
이 시골 마을 상점들의 간판이 특이하다.
정다운 서체의 간판이 없어도 이웃 사촌들은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장만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독특하고 다감한 한글 간판들은 외지인들에게 잊혀지는 시골마을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마음이 담겨있기도했다.
낡은 시멘트 위에 씌여진 ‘근대화 상회’ 라는 간판은 새마을 운동시절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을 버스 정류장이면서 사랑방이기도 한 백운 약방, 약방안에서 어르신들이 난로가에 모여 한담을 나누고 계셨다.
합동중기 사장님은 매사냥 무형 문화재 이시기도 하다.
건강원 지붕 위의 염소는 자연에서 놀고 있는 것 같아 어쩐지 보약과 다른 느낌이 들지만 재미있다.
새로 바꾼 간판을 가리키고 있는 주인아저씨
닫혀있는 이발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단골 손님이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내가 어릴적 살던 시골집 옆에 있던 이발관의 모습 그대였다.
아버지는 여자아이인 나를 당신의 단골 이발소에 데리고 가시면 이발소 주인 이저씨는 거을 앞에 있는 어른용 의자에 널판을 놓고 나를 앉히셨다. 그런 후 얼마 있다가 나는 단발머리여자애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얼음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작은 길을 걸어가면 흰구름 작은 도서관이 나온다.
편안하고 따뜻한 도서관에서 아이는 아이끼리 어른은 어른대로 책도 읽거나 컴퓨터도 하고, 놀이작업을 하며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굳이 한글 간판이 아니라도 시간이 멈춘것 같은 이 시골마을의 풍정이 오래남는다.
눈이 다 녹아 내릴때쯤이면 이조용한 마을도 시간속으로 사라져 버리지난 않을까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마을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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