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경당에서 2km 정도 떨어진 평야에 B.C. 358~354년경 알렉산더 대왕의 부친 필립포스2세가 건설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필리피도시 유적지가 있다.
바오로사도가 활동하던 50년경에는 로마의 속주인 마케도니아의 도시로 인구가 이삼십만명 정도 되는 큰
도시였다고 한다.
과연 당시의 도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넓은 규모였다.
쓰러지고 무너진 고대도시의 잔재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옛날 번성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말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유적은 대부분 로마 시대 또는 비잔틴 시대의 것이지만 그리스도교 유적과 이교신 들의 유적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디오니시우스 신전 터는 후에 첫 번째 주교좌성당인 바오로기념 성당이 되었다.
그리스도교가 성했을때는 해마다 바오로 축제를 성대하게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미완성에 그친 바오로 기념성당은 당시의 건물 규모를 짐작케 하는 커다란 기둥과 회랑들이 남아 있었다.
하트형으로 깎아 놓은 기둥 아랫단을 보면서 자매들은 코린토 1서 13장의 사랑의 찬가를 떠올렸다. 유럽에서 운 첫 번째
교회인 필리피 교회는 바오로에게 첫아이와도 같았다.
그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필리피 신자들을 기억하며 애정과 격려, 충고가 절절이 우러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아버지 바오로의 마음을 받아 그리스도교 신앙을 찾은 이곳 사람들에게 그분은 큰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유적지 옆으로 로마인들이 만든 에냐시아도로(Via Egnatia)가 뻗어 있었다. 며칠 전 코린토 유적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 길은 기원전146년에 로마인들이 무역과 군사용으로 만든 길로 현재 터키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에서부터 로마로 들어가는 근교의 아피아가도(Via Appia)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사도 바오로도 이 길을 따라 그리스 북쪽 마케도니아 지방의 도시들을 순회하며 초대 교회들을 세워나갔다.
사도 바오로는 이 도시에서 선교를 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기도 하였지만, 그가 뿌린 신앙의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이 붙은 듯 번져나가 큰 교회를 이루었다.
돌을 깔아 만든 길에는 아직도 당시의 마차바퀴 자국이 남아 있다.
우리는 복음에 대한 열정을 품고 이 길을 걸었던 바오로 사도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분처럼 힘차게 에냐시아길을 걸어보았다.
에냐시아 길에서 위로 올라가면 바오로와 실라스가 갇혀 있었다는 감옥 터가 있다.
성경을 보면서 큰 규모의 감옥을 상상했는데 지금은 작은 토굴일 뿐이었다(사도 16,10 이하).
실제로는 이곳이 감옥 터가 아니라 물 창고 였다는 설이 더 신빙성이 있는것 같다.
그 옆으로 3세기에 지은 반원형 노천극장이 복원되어 있는데 박해시대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굶주린 맹수에 먹혀
순교한 장소라고 한다.
극장 바닥에는 아래로 뚫린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 맹수들을 가둬두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인 들을 잡아 놓고
맹수우리의 문을 열면 쏜살같이 달려나와 신자들에게 덤벼들어 목숨을 뺴았았다고 한다.
구경거리 삼아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울렸을 로마인들, 그들은 더욱 자극적인 재미를 느끼기 위해
맹수들을 며칠이고 굶겼다가 풀어 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목숨까지 내놓은 순교자들을 생각해본다. 어떻게 그들은 죽음의 공포까지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큰 사랑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진정 순교는 인간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은총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원형경기장 옆으로는 계단식 광중석이 있는 야외공연장이 있었다. 아담한 공연장에서 자매들이 부르는 노래는
둥근 관중석을 거쳐 아름다운 화음으로 되돌아왔다.
필리피 유적지를 거의 다돌아 보았을 때 나는 그동안 순례지를 돌면서 느낌을 적어 놓은 작은 수첩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분명히 성녀 리디아 기념성당에 떨어뜨리고 온것 같았지만 그곳은 혼자서는 다녀 올수 없는 거리였다.
너무 아쉽지만 수첩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정을 안 마리나씨가 차의 방향을 다시 그곳으로 돌렸다.
들판에 도착하여 리디아경당엘 가기위해 차에서 내리는데 고맙게도 한 자매가 동행해 주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 덮힌 어두운 들판을 가로 질러 리디아 경당까지 달려가는데 무섭기도 했다.
불이 꺼진 어두운 경당으로 들어가면서 성녀 리디아에게 빌었다.
잃어버린 수첩을 찾게 해 달라고…. 전기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 어둠속에서 성당 바닥을 둘러보는데 다행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수첩이 보였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으로 수첩을 집어 들고 일행이 기다리는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차안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자매들에게 무척 미안했다.
혹시나 성녀 리디아가 나를 다시 그곳으로 부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다시 찾아간 성녀리디아 경당에서 제대로 기도 한번 드리지 못하고 달려 나온 것이 아쉽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 그리스, 숱한 지진과 전쟁으로 화려했던 문명이 땅속에 묻히고 사라졌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과 여유를 가진 나라 그리스,
날씨가 온화한 그리스는 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데 우리가 그리스를 떠나는 날은 모처럼 눈이 내려
나무마다 눈꽃이 소복하게 피었다.
우리는 터키 국경으로 가기 전에 재치 있고 알뜰하게 우리를 안내해준 재담꾼 윤마리나 자매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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