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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동행

가별의 나무 2024. 7. 31. 22:25

                 

 

 

친구가 어느 날 어머니의 선종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거의 일 년 전부터 점점 음식을 드시는 것도 힘들어하시고 거동도 힘들어하신다는 소식을 듣던 중이었습니다. 일단 서울로 가서 장례식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문자가 왔습니다.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네요. 친구의 엄마, 아버지는 하루가 채 못 되는 여섯 시간 사이로 하느님을 만나러 같이 가신 것입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올해 100세가 되신 아버지는 94세이신 어머니와 함께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요양원에서 두 분은 귀여우신 할머니 할아버지로 소문났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조금씩 치매 증상을 보이셔서 찾아가는 자녀들의 얼굴도 기억하는 것이 힘드셨습니다. 몇 년 전 고관절 수술을 하신 어머니는 거동은 불편하셨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를 챙기시며 잘 지내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넘기기 힘들어하셨습니다. 영양섭취를 위해 코에 낀 호스로 음식을 섭취하는 어머니를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며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위했습니다.

어머니가 섭식장애와 기력저하로 병원에 입원하실 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빈 침대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손으로 쓰다듬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시던 날, 두 분은 한참을 이야기 나누셨다고 하네요. 다른 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두 분만의 이야기를요. 그때 두 분 사이에 약속이 있던 게 아닐지... ‘여보, 내가 먼저 하느님 곁에 갈 테니 임자도 곧 따라와요.’ ‘알았어. 우리 천국에서 만나세그런 다음 중환자실로 옮겨진 어머니는 요양원 아버지 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예견하신 것 같았고 여섯 시간 후에 침대에서 주무시는 듯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죽음은 세상의 부부들이 모두가 바라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주시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죽음이기도 하지요.

 

두 분이 떠나신 다음, 친구의 동생은 그동안 부모님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중에 너무도 아름다운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팔베개를 해주시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잠들어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일생을 함께 해온 삶의 흔적이 담긴 두 노인의 주름진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생전에 두 분이 싸우는 모습을 친구는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말이 없고 조용하셨던 아버지는 외출할 때면 어머니와 몇 걸음 떨어져 천천히 따라가곤 하셨답니다.

   이 세상 마지막 길을 가실 때도 그렇게 아버지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조용히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옮아가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곁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면서 세상에 남겨진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실 것입니다.

 

     두분의 장례미사는 같은 날 같은 성당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친구 부모님의 참 아름다운 동행을 부러워하며 평온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두분을 보내드릴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