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그곳

가난의 아픔이 색채로 피어나다

가별의 나무 2012. 7. 18. 10:04

통영 동피랑 마을

질척이며 비가 오던 사월 어느 날,  네 시간 반만에  서울을 벗어나 통영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늘은 통영 바닷가가 아닌 언덕위의 마을 한곳만을 돌아보리라 생각했다.
통영 바닷가에서 올려다보는 동피랑 마을은 은 우중충한 하늘빛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상큼하고 예뻤다.


바다에 나갔던 이들이 배를 타고 통영 항으로 들어오면서 보이는 동피랑 마을, 동쪽 벼랑 이라는 뜻의
동피랑은 원래 넝마주이, 엿장수, 공사판의 일용직 같은 매일의 잠자리를 걱정해야하는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생긴 달동네 였다.


판자촌 같은 동네가 산위에 있어 바다에서 배를 타고 들어올때 보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통영의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에 따라 마을이 철거될 위기에 놓였었다.

재개발을 하게 되면 동피랑 마을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마을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연경관을 살리고자 고심끝에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계획하게 되었다.
시민단체는 벽화 그리기 대회를 열어 이를 장려했다.


 


여학생들이 모여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일가족이 와서 그림을 그리고 가기도 하고, 단체로ㅡ 아니면 혼자 찾아와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행렬이 꾸준하게 이어졌다.

 

무너져가는 빈 집을 세트삼아 그린 그림들.  

그림과 자연이 어우러져 어떤것이 현실풍경인지 착각할 정도이다.  

 

계획이 알려지자 이름 없는 화가들, 끼가 있어도 펼 장을 찾지 못하던 이들이 찾아와 동피랑 마을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이곳에서 마음껏 그들의 생각을 펼쳐 나갔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처음엔 벽화그리는 것을 반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칙칙한 벽들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바뀌자 그들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자기네 담장에 멋진 그림이 있다는걸 즐기게 되었다.


이어서 그림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전에는 속곳만 입고 집앞에 나와 더위를 피하던 어르신들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자 행동이 부자유 스러웠진 것이다.

그래서 마을 입구엔 방문객들에게 집안을 들여다 보지 말라는 부탁의 말을 적어 놓기도 했다.


 


화가가 두고 간 물감통은 언젠가 또다시 단칸방에 쌓인 근심과 작은 바램을 달래줄 여운을 남긴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그리기는  애물이었던 마을을 통영의 명소로 바꿔놓았다.  사람이 떠난 낡은집에 서생원이 노니는 재치있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이렇게 주민과 마을이 함께 살아나는 진정한 재개발에 성공한 동피랑마을 이야기는

무조건 기존의 건물을 부수고 새건물을 세우며 특정한 사람들에게 이익을 돌리는 비인도적인 주택개발
사업의 대안이 될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마을을 오르내리다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쉼터에 들어가 쉴수도 있다. 친근한 이웃집 아줌마 할머니들이

준비한 간단한 식사류와 음료들을 먹을수 있는 곳이다.

 

 

 

 


 통영바다로 내려와서도 선명한 색감의 동피랑마을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