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그곳

경주기행 2

가별의 나무 2012. 7. 12. 16:11

 

 

경주를 걷다 2

 

아침, 내려다본 보문호수는 뿌연 안개에 가려있었다. 호숫가 산보는 포기하고 식당에 내려가 식사를 한 다음 버스를 타고 다시 경주역으로 나왔다.

오늘의 첫코스는 양동마을, 버스정거장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도

양동마을로 가는 차는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지역을 가는 차를 타고 양동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동마을 표지판이 있는 편으로 기찻길이 있었다. 철길 주변에 핀 꽃이랑 먼 산을 둘러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양동마을로 들어가는 버스가 지나갔다. 경주역에서 조금 만 더 기다렸으면 저 차를 탈수 있었을 것이다. 
10여분 정도기차길을 따라 걸었을까 양동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물이 찬 논 뒤로  멀찌감치 솟을대문이 있는 큰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보였다.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은 옛스러움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채운 논과 연못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선다. 벌써 몇 대의 관광버스로 온 사람들이 문화해설사를 따라 마을길을 걷고 있었다.

 


전남승주의 민속 성읍마을과 제주도의 민속마을처럼 실지로 사람이 살고 있는 옛마을이라는 점은 같지만 규모와 분위기가 달랐다. 15-16세기에 이루어진 마을로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조선시대에 쟁쟁한 인물들이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평야를 바라보는 언덕에 솟을대문이 우뚝한 기와집과 정다운 초가집들이 150여호 이상 모여 있다.

 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초여름의 나무에 가려진 집담장을 넘어서는 꾳향기가 맞아준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면서 걷다보면 민박과 음식점, 그리고 호박엿을 만들어 파는 집도 만난다.




풀 향기를 맡으며 조용한 오솔길을 걷는 맛이 좋았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다음 장소로 가기위해 떠나야했다.

마을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조금 지나 양동초등학교 앞에서 경주로 나가는 차가 한 시간 마다 출발한다.

 마침 들어오고 있는 버스를 타고 다시 경주역까지 나왔다.
다음엔 신라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대릉원을 가기로 한다. 경주역 반대편의 시장터를 지나 주택지사이를 빠져나오면 대릉원 담장이 나온다.


덕수궁 돌담길보다 운치 있고 여유있는 길을 따라 가니 대릉원 입구가 나타났다. 잘 자란 소나무가 우거진 입구가 걷기에 지친 나를 시원하게 맞아준다.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큰 무덤들을 보며 걷다가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제주도의 작은 오름 만큼이나한  무덤, 저속에 누운 사람은 아주 작고, 또 언제가는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일뿐인데  세상을 떠나서도 존재감을 누리려 한것일까. 선조들의 후광을 바랐던 후손들의 욕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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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오셨다는 노인들이 지나가자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이 떠들며 지나간다. 갑자기 어릴 적 시골의 여름 날씨가 생각난다. 아무리 더워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던..

대릉원 안쪽으로 천마총을 둘러보고 나왔다. 


대릉원을 나와 첨성대를 보고 경주김씨의 시조 탄생설화가 있는 계림으로 들어갔다.

계림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의 기억을 살려준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경주 여기저기를 다녔던 기억을 거의 다 잊었는데 계림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 옛날에 본 계림의 모습이 내 마음 어느 곳에 남아 있었을까 소나무 숲이 마음을 편안케 해준다.

 


계림에서 바라다 보이는 첨성대가 멋있다. 숲 안쪽으로 내물왕릉이 있었다.

 

이 근처는 계림에서 향교를 가는 길은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전엔 반월성이라고 부르던 월성에 있는 석빙고를 찾아가는 한적한 길엔 메밀꽃이 가득했다.



카메라 가방이 무겁게 느껴진다 피곤한 것이다. 땅위로 솟은 소나무 뿌리에 쭈그리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니 숙소로 가서 쉬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래도 오늘 불국사까지는 봐야지.

월성에서 내려와 버스정거장을 찾아갔다. 불국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할머니들이 말을 건네신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가는지,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불국사행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할머니들은 버스에 올라탄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드디어 불국사에 왔다. 본전으로 들어 가기 전에 옆으로 올라가 부속건물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기와의 단청과 오래된 석등에 새겨진 불상이 시간을 거꾸로 돌려준다. 이리저리 건물들을 둘러본 다음 석가탑 다보탑이 있는 본전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단청과 섬세한 조각양식들. 웅장한 규모. 바라볼수록 아름답고 화려한데 자신들의 신앙을 불사를 통해 드러낸 신라인들의 마음이느껴진다.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도 사방을 이어주는 회랑에서 정숙함이랄까 고요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건물 구석구석에 신라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불심이 살아 있을 것이다. 불국사 본전의 뒷건물은 한창 수리 중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복원을 하는 누군가의 노고가 역사를 이어준다는 것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천오백여년전 과거와 만나는 이 시간이 감동이랄지, 애틋함이랄지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고 보문단지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호숫가를 걸어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호숫가에 있는 콘도와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해가 기울며 물에 부서지며 눈부신 빛을 내었다. 그렇게 하루는 저물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기차를 타러갈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안압지와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널찍한 마당에 석탑과 불상들을 모아 놓은 박물관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찬찬히보면서 인간의 바램에 대해 생각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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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에 새겨진 기도와 염원이 드러나는 비천상의 섬세함이 오래도록 마음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