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 1
경주를 걷다
경주를 가기로 한 전날 밤에 꿈을 꾸었다.
열린 문 사이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방에 내가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 있었는지 새 한 마리가 힘차게 문밖으로 날아갔다. 이어서 또 한 마리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밖으로 날아갔다.
방안에 누런 털을 가진 크고 잘생긴 개가 한 마리 나타났다.또 한 마리가 나타났다.목에는 끈이 매여있었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개들은 편안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개를 무서워하는 나인데 내주 변을 돌아다니는 그 개들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 잠시 꿈의 의미를 생각했다.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살짝 겁이 나면서도 일상을 떠나 낯선 곳을 찾아간다는 기대감이 더 큰 마음이 드러난 것 같다.
경주는 중학교 수학 여행 때, 그리고 십 오륙년 전에 한 번 왔던 기억뿐으로 언젠가 한번 찾아가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곳이다.
신경주역에 도착하여 경주관광지도를 받아들고 시내버스를 탔다. 드디어 천오백년이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경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갈아 타고 분황사에서 내렸다.
어딘지 어설픈 비천상이 돋을 새김된 범종각을 둘러보고 경내를 채운 석탑에 다가갔다.
석탑 사방으로 난 감실 안에 보이는 불상이 단순하고 정직한 석탑의 모양을 보완해주었다.
분황사주위 평야는 모내기와 밭갈이가 한창이었다.
봄에는 빛나는 흰 꽃이 가득했을 벚나무 가로수마다 버찌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버스정거장 주변을 오가며 감은사행 버스를 기다렸다.
분명히 이곳에서 감포가는 버스가 있다고 쓰여 있는데 한 시간이 넘어가도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그네를 보고 다가온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기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감은사 터를 지나 감포쪽으로 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워낙 드물다고 한다. 감은사터, 오래전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폐허가 된 절터에 고고하게 선 두 개의 석탑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침묵에 잠겨 있었다. 이들이 쌓은 긴 시간의 우정이 궁금했다.
토끼풀꽃에 덮인 석축이 겨우 드러나는 빈 터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천연스러웠다.
다시 차를 타고 골굴암을 들러 기림사로 갔다.
경주에는 불국사와 분황사, 아니면 황룡사 같은 절뿐 아니라 역사가 오래된 큰 절이 아주 많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증축한 건물이 널찍하게 펼쳐지는 이절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 가방이 무거워서 많이 피곤했다. 처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첫날부터 착오가 생겼지만 오늘 택시를 타고 움직인 것은 잘 한 것 같다.
감은사 터와 골굴암, 기림사는 경주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날도 저물어가기에 오늘은 돌아다니는 것을 그치고 보문 단지 내에 있는 숙소를 찾아갔다.
경주역 근처에서 경주시내와 외곽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효울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