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마리아와 천사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께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을 ‘성모영보(聖母領報)’ 혹은 ‘수태고지(受胎告知)’라고 합니다.
둘은 같은 뜻이지만 성모영보는 성모님의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가 있고, ‘수태고지’는 말 그대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게 됨을 알린다는 뜻입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산골 마을의 순진한 아가씨 마리아에게 나타나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하느님의 메세지를 전하는 루카복음 1장 26절-38까지에서 나오는 성모영보의 이야기는 초세기부터 중요한 종교그림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 천년전 팔레스티나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는 아주 작은 산골마을에 살던 마리아는
아주 눈에 띠지 않는 시골뜨기 아가씨 였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묵상에 의하면 마리아가 얼마나 촌스러운 시골처자였는지 천사가 그를 찾느라고 고생을 좀했다는 군요.
점차로 그리스도교가 융성함에 따라 구세주를 낳은 마리아의 존재는 점점 더 고귀하고 드높으신 분으로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교 문명의 꽃이 활짝 피어난 비잔틴 시대 이후의 마리아의 위상은 최고에 이르러 당시의 가장 귀한 왕족처럼 표현되었습니다. 마리아는 구원자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어머니시기 때문이지요.

제가 가진 성모영보 그림중 가장 오래된 그림입니다. 연도가 분명치 않은 초세기 이콘입니다.
마리아의 가슴에 예수님의 모상이 있고 천사와 마리아의 가운데 윗부분에는 하느님의 모상이 보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파견 받았음을, 하느님이 이 일을 주관하심을 드러냅니다.

위의 그림은 벨기에의 화가 로지에른 반 데르 제이젠의 그림입니다. 그림속에 나오는 백합의 이미지는 성모님의 순결함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아치형의 단순한 구도의 그림입니다. 프라 안젤리코가 그렸는데 마리아가 기도하고 있는 중에 나타난 천사가 예수그리스도의 잉태를 알리는 천사 뒤로 얼굴에 은근히 근심을 띤 요셉의 모습이 보입니다.

로렌쵸 로토라는 화가의 그림입니다.
천사의 뒤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과, 천사, 마리아의 반응이 무척이나 역동적인 그림이지요? 악으로 상징되는 고양이가 놀라서 달아나고 있군요. 이제 곧 정의의 구세주가 세상에 오실테니까요.
그림의 분위기가 조금 특이합니다. 동양적인것도 같고, 어두워서 잘보이지 않지만 가운데 벽에 있는 수염의 남자는 혹시 고민에 빠진 요셉이 아닐까요?

위의 그림은 시모네 마르티니가 그린 수태고지그림입니다. 피렌체의 한 성당 제단화인데 천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축복의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마리에게 전하는 이 축복의 말은 루카복음 1장 26절의 말씀입니다. 천사와 마리아의 사이에 순결의 상징인 백합꽃 화병이 놓여있고, 천사는 구원과 희망을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들고 있네요.

천사적 화가라고 불리는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또다른 성모영보 그림입니다. 따뜻하고 부르러운 정감이 넘치는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성모영보 그림의 배경은 집안 깊숙이 자리 잡은 규중처녀의 침실이나 후원으로 그려지는데 그것은 마리아가 기도안에서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누리는 사람이었음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왔을 때에도 마리아는 기도와 묵상 중에 하느님의 뜻을 전달 받았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깊은 산골처녀 마리아가 천사를 통해 자신이 구세주의 어머님이 된다는 예고를 받았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처녀가 아기를 갖는 것은 대단한 스캔들이 아닙니까?
그 어려운 상황을 감수하며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답한 마리아의 굳건한 믿음으로 세상에 구세주가 오셨습니다.
조건 없는 마리아의 응답으로 세상에 구세주가 오셨기에 세세대대로 마리아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