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무주구천동
오월의 첫 날,
이때쯤이면 덕유평전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철쭉무리를 꿈꾸며 찾아간 덕유산은 예상과 달리 매운 비바람과 우박을 동반한 사나운 날씨로 맞아주었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무룡산을 향해 가는길, 바람은 나를 흔들어 날려버릴것만 같았다.
폭풍같은 바람은 눈비를 불러와 금새 겨울날씨가 되었다.
삿갓재 산장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향적봉으로 거슬러오는 길의 꽃들은 얼음꽃이 되어있었다.
오가는 이를 만나기 힘든 고요하고 차가운 산길을 걷는 이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홀로 걷는 이시간이 너무 좋은데 날씨가 너무 험해서 아쉬웠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밤을 지내고 맞은 아침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덕유산에서 피하고 싶었던 백련사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전날의 사나운 날씨는 잦아 들고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청명한 날씨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옛날에 백련사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은 가파르고 힘들어 고생길이었던 것만 생각난다.
내기억에 남은 대로 백련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기만 했다.
아직 녹지 않은 고목 틈새 우박속에 피어 있는 작은 꽃 ,
도시에서는 벌써 지고 없는 진달래의 화사함이 지루한 하산길을 잊게해주었다.
그리고 백련사,
오가는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고요하고 깨끗한 산사가 산중에 그윽하게 앉아 있었다. 깊은 산, 깊은 절
백련사에서구천동 계곡을 따라 사하촌까지 가는길은 6킬로미터나 된다니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들기도했다.
친구가 있어도 좋았겠지만 고독한 이 시간이 행복하다.
며칠동안 내린 비로 계곡은 풍성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있었다. 그렇지, 여기가 무주구천동이지.
풍성한 계곡의 모습은 어디라 할것없이 두고가기엔 아쉬운 절경이었다.
계곡 끄트머리에 있던 정갈한 송어양식장, 송어는 맑은 곳에서 자라기에 산속에 양식장이 있다고 한다.
아직 송어음식점은 열리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와서 송어요리를 먹어보리라.
가파르긴 해도 백련사길로 내려온것이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