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쟁이 책방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가별의 나무 2012. 7. 10. 13:02

내가 하느님을 용서 할 수 있을까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오래전 심한 열등감으로 어디를 가거나 누구를 만나도 마음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살던 때가 있었다.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애를 쓸수록 모든 상황과 사람들은 내게 상처만을 주었다. 다른 이와 비교할 때마다 자신감이 내려가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곱게 보지 못하는 뒤틀린 시선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날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하느님이 너무 미웠다. 하지만 감히 하느님을 미워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한 자기부정은 이미 나를 만드신 하느님을 미워하는 것이라 는걸 미처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성체조배를 하러 성당에 들어갔지만 기도를 할 수 없었다. 메마르고 분노에 찬 마음으로 십자가위의 예수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느님은 왜 나를 이렇게 못나게 만드셨을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날따라 예수님은 깊은 침묵 속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네 안에서 너와 함께 아파하고 있다.”

그분은 내 안에서 나와 함께 내가 느끼는 열등감과 아픔, 상처를 함께 느끼고 계셨던 것이다. 그분은 언제나 내 곁에 계셨던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나 자신과 하느님을 용서 하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중에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용서의 과정을 걷는다.

10여 년 전에 ‘상처와 용서’라는 책으로 사람들이 지닌 아픔을 치유시켜 준 송봉모 신부의 신간인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날 나의 구원의 체험이 떠올라 깊은 공감을 느꼈다. 화해와 평화를 바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이웃과 자신을 거부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사랑을 찾게 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상황을 바꾸지는 않으시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와 함께하시면서 위로와 힘을 주시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이끌어주는 분이시다.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책장을 덮고 표지를 쓰다듬으며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모든 이가 이 책을 통해 상처의 길에서 벗어나 사랑과 화해의 길로 방향을 바꿔가는 꿈을 꾸어본다.

저자 송봉모 / 232쪽 /8,000원 /바오로딸